취미가 기록인 활동가가 보낸 7월의 쓰다
우개리
.
유난히 더웠던 7월, '오늘 했던 일 중에 뭐가 활동일까? 쓰기 애매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머뭇거려진다' 는 한마디에서 출발한 모임. <7월은 쓰다 : 일기와 일지 그 어딘가> 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활동가의 일과 일상을 관찰하며 함께 회고하는 시간을 통해 활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는데요. 모임을 늘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어주셨던 우개리님의 글을 만나봅니다😎
활동가 9년 차 재직 중인 우개리. 현지 활동가가 되겠다! 라는 청소년 시절 결심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던 것 같다. '당신 옆의 공익활동'을 알게 된 건 항시 클릭하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뉴스레터에서부터였다. 비영리 업계 동향을 알기 위해, 습관적으로 클릭을 했는데 뉴스레터에도 후광이 나는 것이 이런 걸까.
쓰다 모임에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신청 먼저 했다. 그것도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가 시작하고 ‘첫 번째 모임’이라니! 슬로건 또한 나의 요새 고민과 밀접했는데 바로 ’일기와 일지 사이‘였다.
첫 모임!
우리가 만나는 장소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이었다. 사실 몇 번 행사를 위해 가봤지만 나를 위한 모임은 처음이었다. 반원 모양의 테이블 배치, 예쁘게 놓여있는 기록지와 내 닉네임.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환경, 북한, 여성 등 다양한 키워드에 인생을 쏟고 있는 사람들.. 그 분야의 이야기를 다 듣는 것보다는 그저 활동가로서의 고충을 보여줬다. 성장에 대한 욕구,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 같은 거 말이다. 답을 얻기 위해 모인 것보다는 고민이 진행 중인 동료들이었다.
나의 쓰다 목표는 N잡러로 활동가의 본질을 잊지 말고 시간 관리를 하는 것으로 세팅했다. 내 인생에서 공익활동에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데이터를 모으고 싶었다. 그리고 좀 더 촘촘히 시간을 사용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매일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고 문자를 적지 못하면 점이라도 찍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설레는 하루가 가고, 조금씩 일지가 채워졌다. 한 달간의 각 회고 항목을 모아보니 하루의 좋았던 점 대부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거나 또는 혼자서 몰입할 때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맛있는 음식 등 새로운 자극도 포함되었다. 배운 점으로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였다. 꾸준한 글쓰기도 항상 성찰해 나갔다. 부족한 점으로는 미리 준비하지 않고, 산만한 성향들, 나약한 체력이 쓰여졌다. 매일 작성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또 다른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솔직하게 모임에 성실하게 참여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주는 전혀 일지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종강 모임을 가는 길에 부끄러움과 걱정이 하나도 없었다. 오랜만에 서울 중심부를 방문하기도 했고, 맥주를 사야만 했고, 여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커뮤니티가 주는 힘에 대해서 크게 놀랐다. 모임기간 동안 사적인 이야기도 안전지대 마냥 풀어놓을 수 있었고, 그렇다고 같이 참여한 분들에게 정답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더욱 마음이 편했다.
마지막 모임을 통해 이번 쓰다 모임을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완벽을 위한 모임이 아닌 시도를 위한 모임"이라 하겠다. 매년 연초에는 다이어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연말에는 첫 장만 끄적인 다이어리들이 쓰레기가 된다. 그렇지만 이번 7월의 일지는 온전한 내 생각이 담긴 종이로 남아있다. 함께 기록한다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이야기 나눠야하는 시간이 있어서 빈 종이가 될뻔한 7월이 꽉 채워졌다. 이렇게 해서 남은 건 작고 소중한 성취 경험이다. 이 성취가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되리라 생각한다.
모임을 이끌어주셨던 서진님, 선아님께 감사드리며. 자리를 마련해주신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우개리
비영리한 돈을 연구하고, 영리한 돈에 관심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