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큰 수확이었던 새로운 활동!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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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사용하는 화장품 용기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 내용물이 들어있는 부분 외에 불필요한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지, 스틱형으로 돌려쓰는 화장품 안은 어떻게 생겼는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이 생길거에요! 화장품을 직접 뜯어본 정동영님은 어떤 경험을 했는지 후기로 살펴보세요!  



자기 소개

 

요즘 날씨가 참 요상하다. 여름은 그렇게 덥더니, 겨울은 이렇게 춥고... 확 더워졌다 확 추워졌다 변덕스런 날씨 속에 기후변화, 이상기후, ESG가 어쩌구 탄소중립이 저쩌구 말들이 많은 듯 하다. 나는 그렇게 어쩌구 저쩌구하는 이슈들과 깊이 연관된 ‘찐 환경인’이다. (아무래도 날씨 얘기로 글을 여는 건 환경인들의 고루한 특징인가 보다 ^^; 너무 식상하지만! 일반인들이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날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ㅋㅋ) 나는 환경 컨설팅 업체의 ESG팀에 속해, 환경 규제를 조사하고 특정 제품이나 공정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찐 환경인’이 될 수 없다! 내가 정의하는 ‘찐 환경인’이란, 머리와 가슴을 모두 써서 환경을 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내 직장 동료들은 환경 규제, 환경 이슈에 빠삭하고 온실가스관리기사, 대기환경기사, 수질환경기사 등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지만 사무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고,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100만큼 담아서 그 중 70만 먹고 30은 버린다. 플라스틱 빨대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 (충격) “어차피 이런 건 전체 탄소배출량의 몇 %도 안 돼~ 산업계가 문제지.” 흠... 맞는 말이긴 한데 ㅋㅋ 그들은 ‘머리만 환경인’이다.

 

한편, 환경 관련 오픈톡방이나 환경 전시회, 캠페인 같은 곳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까 봐 불안해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일반 대중을 향해 분노한다. 에어컨, 자동차, 플라스틱, 심지어 ‘소비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죄악시된다.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다회용기와 에코백을 늘 들고다니며,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일상에서 노력한다. 그러한 ‘금욕적’ 생활양식을 강박적으로 지키고, 그렇지 않은 주변 사람을 질책하고 비난하며 은근히 무시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하면 세상이 조금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흠... 과연 그럴까? ㅋㅋ 그들은 ‘가슴만 환경인’이다.

 

나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양쪽에 모두 속해 있다. 환경 보호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일상 속 노력보다는 정책과 산업의 변화가 있어야 함을 알기에, 산업규제를 배우고 정책을 공부하는 환경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의 실천과 이로 인한 대중의 인식변화 역시 너무나 중요하기에, 환경 캠페이너로서의 정체성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자기소개가 너무 길었는데...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깊이 연관되어 있어 다소 구구절절 길어지게 되었다 ㅎㅎ


모임 신청

 

여하튼, 그런 ‘찐 환경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나는 우연히 환경 관련 오픈톡방에서 ‘화장품 과대포장’에 관한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 화장품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화장품 용기는 분리배출하기도 참 난해하고 평소에 여러모로 불만(?)이 있었던 터라, 링크를 통해 모임의 설명을 한 번 읽어봤다.


(모임 소개 이미지) 모임 소개 글의 첫인상은 ‘가슴만 환경인’들이 모여 ‘머리까지 환경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단순히 ‘화장품 포장을 전부 없애야 해!’라는 접근이 아니라 실제로 탄소량을 측정해보는 합리적인 접근이 흥미로워 보였다. 1주일에 하루, 평일 저녁이라 직장인인 내가 참여하기에도 너무 좋아보이는데... 참여인원이 겨우 6명? 헉, 설마 아직 늦은 건 아니겠지! 후다닥 신청서를 작성하고, ‘저는 탄소배출량 측정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구구절절 어필(?)하는 자기소개서까지 작성 완료 ㅋㅋ

 

 

그런 나의 정성을 알아주셨는지, 모임에 참가하게 됐다고 문자가 왔다. 야호! (나중에 알고보니 선착순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ㅋㅋㅋ)

 

금요일 저녁은 직장인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도 이런 새로운 모임에 참여해보는 것이 내게 큰 가치가 있기에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첫 모임

 

첫 모임은 10월 6일, 금요일 저녁에 진행됐다. 사실 신청할 때는 의욕이 넘쳤지만, 막상 금요일 오후쯤 되니 조금 가기 귀찮았다! ㅋㅋㅋ (죄송해요 매니저님 ^^;) 일주일의 피로가 가장 누적되어 있을 시기가 아닌가... ㅎ 게다가 아직 얼굴도 모르는 모임장님으로부터 숙제까지 받았다 ㅋㅋ 그래도 모임장님의 열정이 느껴졌고, 하나하나 번호를 매겨서 정리해주신 것이 왠지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격이실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그리고 매니저님께서 모임 장소를 이렇게나 친절히 알려주신 덕분에 길치인 나도 잘 찾아갈 수 있었다 ㅎㅎ 사실 처음에는 ‘숙제 내주는 사람’은 누구고, ‘길 알려주는 사람’은 누구인지 잘 몰랐는데, ‘숙제 내주는 사람’은 모임장님으로서 이 사업에 신청한 일반인이고, ‘길 알려주는 사람’은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의 직원이신 매니저님으로서, 이 ‘화장품 과대포장 모임’의 담당자셨다. 매니저님께서는 이후 모임이 진행되는 내내 ‘매우’ 친절하게 모임의 요모조모를 도와주셨다. 금요일 저녁까지 일하는데 저렇게 친절할 수 있다니...! 대단하고 감사한 분이셨다 ㅎㅎ


그리고 보통 평일 저녁에 하는 모임이나 행사는 19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임은 19시 30분에 시작해서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ㅋㅋ)

 

원래 첫 모임에서는 ‘각자 화장품 아이템 선정하기’가 목표였는데, 거의 자기소개만 하고 끝난 것 같다. ㅋㅋㅋ 너무 타이트하지 않게 진행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회의’가 아니고 ‘모임’이니까! ㅎㅎ 각자 하는 일,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는데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어 신기했다. 모임장님은 환경 정책 연구자이자 캠페이너셨고, 팀원들은 환경컨설턴트이자 캠페이너(나),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제로웨이스트샵 매니저, 패키지 디자이너였다. 그 중 너무나 흥미로운 분은 바로 ‘패키지 디자이너’ 분이셨다. 어떻게 보면, 이 모임의 구성을 ‘환경인들 & 포장 디자이너’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과대포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렇게 재미있는 구성이 또 있을까! 나는 환경 이슈에 대해 늘 ‘치우치지 않기’를 중요시하는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있어서 특히 좋았던 것 같다.




두 번째 모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모임이다 보니, 첫 모임과 두 번째 모임 사이에 꽤나 긴 공백이 있었다. 게다가 아직 구성원들끼리 그리 친해지지도 못한 상황..! ㅎㅎㅎ 연령대가 다양하고 성별도 다르다 보니 90분 만에 친해지기는 어려웠다. 모임장님께서도 그런 상황을 아셨던 건지, 다음 모임이 오기 전 1회차 리뷰와 2회차 계획 등을 톡방에 올려주셔서 조금이나마 공백이 채워졌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숙제를 내주시는... 모임장님께서는 선생님이 되시면 적성에 잘 맞으실 것 같다. ㅋㅋㅋ




숙제대로 1회차 리뷰를 작성하다 보니, 1회차에 나누었던 내용들의 복습도 되고 내 개인적인 의견도 나누면서 좀 더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듯 했다. 라이트한 모임을 위해 오프라인 만남은 일주일에 1회로 하되, 중간중간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모임의 맥을 이어나가는 방식도 좋은 것 같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1회차 때 못했던 ‘화장품 아이템 선정하기’를 진행했다. 각자 과대포장이라고 생각되는 화장품의 종류를 선택하고, 그 화장품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설명해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고른 아이템은 ‘크기가 작은 원통형 화장품’이었는데, 주로 샘플로 제공되는 화장품이다. 왜 그 아이템을 선정했는지는 사진 속의 내가 설명해준다. ㅋㅋ 모임을 진행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모임이 다 종료된 후에 예쁜 기록지로 만들어주셔서 몇 회차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ㅎㅎ 기록지가 없었다면 이렇게 상세한 후기를 남기지는 못했으리라 ㅋㅋ 여튼 이렇게 각자 선정한 아이템을 세 번째 모임에서 드디어 직접 뜯어보게 된다! 



세 번째 모임

 

어느새 모임의 절반을 넘어 세 번째 모임까지 왔다! 두 번째 모임에서 각자 선정했던 ‘문제의 화장품’들을 가지고 직접 측정, 분해해서 ‘과연 얼마나 과대포장인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는 시간이다. 다들 꽤 친해져서 그런지, 자발적으로 도구도 챙겨오고 무척 적극적이셨다. (나는 가져오기로 했던 도구를 깜빡하고 안 가져와서 혼났다ㅋㅋ) 수학시간 같기도 하고 과학시간 같기도 하고, 네 번의 모임 중 가장 활동적인 시간이었다. ㅎㅎ

 

내가 선정한 아이템은 ‘이니스프리 수분크림 샘플통’이었는데, 높이와 지름 등 이것저것 길이를 재보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니퍼로 직접 뜯어봤다. ‘화장품 과대포장, 너를 뜯어볼게’라는 모임의 제목이 ‘샅샅이 파헤쳐본다’는 의미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목장갑 끼고 진짜 뜯어보는 것일 줄은 몰랐다 ㅋㅋㅋ 재미있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뜯고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고 보니 좀 초라해보이긴 했다. ㅋㅋ 보기에도 예쁘면서 자원도 낭비하지 않는 패키지 디자인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고,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여러 주체들이 함께 논의하며 긴 시간에 걸쳐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누군가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문제인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을 텐데, 우리의 활동이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대포장의 지표로 삼을 만한 것은 ‘무게’와 ‘부피’이다. 실제 필요한 양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원재료인 플라스틱이 많이 쓰였다는 의미이므로 자원을 낭비하고 탄소배출을 많이 했다는 지표가 된다. 불필요한 부분을 뜯어내고 저울로 측정해보니, 제품의 전체 무게인 16.85g 중 불필요한 부분의 무게는 4.97g 이었다. 즉, 전체 무게 중 불필요한 부분의 비율은 


4.97g / 16.85g = 29.5% 무게 중 약 30%가 불필요한 부분이고, 그렇다는 것은 과대포장을 없앴을 때 이 제품의 생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30%를 감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지표는 부피인데, 부피는 원재료의 사용량과는 관련이 없지만 '수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과 연관이 있다. 트럭으로 제품을 운송할 때, 불필요하게 부피가 크면 한 트럭에 실을 수 있는 제품의 개수는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트럭이 여러 번 왔다갔다 해야 되는 셈인데, 그 과정에서 트럭이 화석 연료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탄소배출량도 늘어나는 것이다. 부피는 꽤나 계산이 어려웠는데, 저울로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 아주 오랜만에 이런 저런 계산을 해야 했다. ㅋㅋ 내가 구글에 '원뿔대 부피 공식'을 검색하게 되다니! ㅋㅋ


계산해본 결과, 제품의 전체 부피는 42.79cm3 이고, 불필요한 부분의 부피는 20.88cm3 였다. 

즉, 전체 부피 중 불필요한 부분의 부피는 20.88cm3 / 42.79cm3 = 48.8%  


전체 부피 중 약 50% 가까이가 불필요한 부분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물론, 전체 부피를 계산할 때 뚜껑 부분은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40% 정도 될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다면 왜 뚜껑을 제외하고 계산했냐? 그것은 음... 아마 내가 부피를 계산할 때 뚜껑이 없었던 것 같다(웃음..)  




아무튼 실제로 뜯고 계산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도 과대포장이 더 심하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한 부분만 남아있는 포장은 별로 예쁘지 않다는 것도 같이 확인할 수 있었다. 예쁘고 튼튼하면서도 환경을 덜 파괴하는 포장에 대해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고, 단순히 기업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규제든 인센티브든 정부 차원에서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모임


마지막 모임은 원래 ‘그래서 과대포장을 줄이면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들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게 목표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배출량이 무엇인지, 어떻게 산정되는지, 기업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등등 여러 가지 내용에 대해 알아야 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탄소배출량을 계산해보기’와 ‘탄소배출량 계산은 포기하고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기’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모임의 원래 취지는 4번의 오프라인 모임 이후 각자 기록지에 작성해보며 단톡방을 통해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었기에, 모임장님께서는 ‘탄소배출량 계산하기’를 모임 이후로 미뤄두고 ‘자세한 내용 설명하기’를 선택하셨으리라고 추측된다. ㅎㅎ

 

그래서 마지막 모임은 그동안의 모임에 대한 소감을 서로 나누고, 모임장님께서 탄소배출량과 관련된 CBAM, Scope 3 등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강의(?)를 해주시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나는 환경규제 조사가 업이기도 하고 취미로도 전문가들의 강연이나 세미나를 들으러 자주 다니는데, 모임장님께서 알고 계신 환경 규제의 깊이와 넓이가 상당해서 생각보다도 더욱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총평


모임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특정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욱 넓어진 것 같다! 그리고 ‘공익활동’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다 친절하고 선하셔서 모임을 진행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ㅎㅎ 후기에 따로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있었던 네트워킹 파티도 재미있었고, 특히 보관할 수 있는 기록지를 만들어 주신 것이 너무 좋았고 이 모임만의 특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관심 있는 분야의 모임이 생긴다면 참여해보고 싶다! 고퀄리티의 모임을 기획, 준비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 감사함을 느낀다. :)








정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