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바람직한 관계라니요. AI 윤리에 관한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기술의 희망찬 약속을 냉정한 시선으로 의심하는 연습을 해온 저로서는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도 전문가도 아닌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AI 기술에 대한 기대에 괜히 찬물을 끼얹어 불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과 호기심이 섞인 마음으로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 어색하기도, 긴장되기도 했던 1회차 첫 만남 >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공모장님이 첫 모임에서 제시한 목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지적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도움을 구하고, 시작하는 것". 기본적인 방향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기야 했지만, 공모원 각자가 가진 질문을 펼쳐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문제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외되지 않는다는 게 뭘까요? 장애인을 위한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인공지능법에 장애인 관련 조항이 담기는 것? 장애인 당사자가 AI 기술을 이해하고 직접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장애인 교육이나 돌봄, 정책적 지원, 접근성 개선에 AI를 활용하는 것? AI 기술의 보급에 따른 새로운 피해를 방지하는 것?
위 아이디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다', 다른 하나는 '장애인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로 요약됩니다. 기술의 대상으로서 혜택을 누리는 것과, 기술적 주체로서 리터러시를 습득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양쪽 지점 모두 중요하고, 혜택 수혜와 주체적 리터러시가 무 자르듯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우리 논의는 두 개의 지향점 사이를 진자처럼 오가며 진행됩니다.
< 이야기를 시작하는 질문들 >
< 기술과 권력, 기술 접근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던 전유진 대표 강의(5회차 모임) >
자비스연구실은 장애 중에서도 '지적장애'에 주목했습니다. 모임을 주도한 공모장님의 관심에서 출발한 주제이지만, 앞선 질문을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지적장애와 AI에 관련된 사례가 의외로 적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AI 리터러시에 관한 활동은 드물었는데요.
< 지적장애와 인공지능을 연계한 사업, 학술 논문 등 사례 조사 >
장애 관련 사례 중 기업 활동이나 인공지능 교육자료 등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는 이미지 자동 인식을 활용한 시각 접근성 개선이나 수어 인식/번역, 지체 장애를 보조하는 로봇 등이 있습니다. 지적장애와 더 직접 연관된 사례로는 발달장애 진단 및 돌봄을 돕는 AI 도구, 그리고 (지적장애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진행하는 장애인 대상 AI 코딩 교육 등의 사례 정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AI와 특수교육을 다루는 학술논문을 조사했을 때는 챗봇, AI 스피커 등 AI를 특수교육용 도구로 활용하는 에듀테크식 접근이 대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던 논의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리터러시가 중요하고, 관련 활동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점차 좁혀졌습니다. 그 와중에 '지금' 모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한 생각해야 했지요. 제한된 시간 안에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려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자율적으로 만난 모임에서 이야기가 너무 허공에 뜨거나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도록 줄기를 잡아주는 유익한 장치가 됐습니다.
< 많은 고민이 오갔던 모임의 시간들 >
1인 출판사 대표, IT 업계 종사자, 법학도 등이 모인 자비스연구실에서 지적장애인의 인공지능 리터러시에 관해 어떤 실천을 해볼 수 있을까요? AI 관련 입법 과정에 장애인과 AI 교육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시민사회 캠페인이나 국회의원 면담, 기업의 ESG/사회공헌 부서와 협력하여 교육 프로그램 구성해 보기 등 여러 아이디어가 오갔는데요.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가 직접 지적장애인 대상 AI 리터러시 워크숍을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일정 안에 실현 가능한 형식을 찾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했고, 실제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더 뚜렷해지리라는 기대가 있기도 했습니다.
<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다 >
워크숍은 최신 AI 기술을 인식/체험하고 내 삶과 연결해 보는 경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습니다. 실습 과정에서 어떤 도구를 활용할지 목록을 작성하여 다양한 선택지의 장단점을 함께 따져보았는데요.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챗지피티(ChatGPT)를 주로 사용하고, 좀 더 감각적인 경험을 위해 음악 생성 도구인 수노(Suno AI)를 골랐습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자비스연구실'의 연구원이 되어 로고 이미지와 테마송을 만들어본다는 컨셉으로 실습을 진행하고, 기본 개념 설명에 더해 AI의 오류 가능성 등 도구 활용 시 유의할 점을 알아본 뒤 참여자 논의를 진행한다는 구조를 짰습니다.
< AI 체험교실 포스터 >
잘 진행될까, 혹시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약간 긴장한 채로 시작한 워크숍은 다행히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여자는 청년 지적장애인으로, 작가로 활동하는 분부터 갓 성년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는 분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졌는데요. 공개모집이 아니라 초청으로 모셨기 때문에 사실 참여자가 AI에 관심을 가질지도 불확실했고 어떤 결과를 기대할지 몰랐지만, 상당히 흥미를 보여주셔서 고무적이었습니다.
< AI 체험 교실 진행 모습 >
참여자마다 기기 조작에 익숙한 정도가 달라 공모원 각각이 강사와 진행보조(퍼실) 역할을 번갈아 맡아 실습을 도왔는데요. 단지 조작 숙련도 때문만이 아니라도,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AI 도구는 불쾌하거나 민감한 내용을 출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조작할 때 보조자가 꼭 함께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또 AI의 위험을 논의한 파트는 아무래도 설명 위주로 진행하고 넘어간 편인데, 참여자의 이해를 확인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다 차분히 설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모장님은 워크숍 준비에 더해, 참여자별로 맞춤형 챗봇(학습 도우미, 글쓰기 도우미, 클래식 음악 추천 등)을 만들어 활용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두 지향점(기술의 혜택과 리터러시)의 공존을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 제 1회 AI 체험 교실을 마치고 참여자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
자비스연구실 공익활동 커뮤니티는 개인적으로 장애에 관한 이해를 조금 넓히고 다른 경험을 가진 이들과 제 관심사인 AI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 참여자와 공모원 모두 이번 워크숍 같은 활동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속되었으면 하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자비스연구실 활동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워크숍을 마지막으로 이번 모임은 마무리되었지만, 우리가 나눈 공감대와 활동은 왠지 여기서 끝이 아닐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자비스연구실이 펼쳐나갈 활동, 궁금하시죠?
📝작성 : 모임(3) 자비스 연구실 공모원 고아침
< 어색하기도, 긴장되기도 했던 1회차 첫 만남 >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공모장님이 첫 모임에서 제시한 목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지적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도움을 구하고, 시작하는 것". 기본적인 방향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기야 했지만, 공모원 각자가 가진 질문을 펼쳐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문제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외되지 않는다는 게 뭘까요? 장애인을 위한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인공지능법에 장애인 관련 조항이 담기는 것? 장애인 당사자가 AI 기술을 이해하고 직접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장애인 교육이나 돌봄, 정책적 지원, 접근성 개선에 AI를 활용하는 것? AI 기술의 보급에 따른 새로운 피해를 방지하는 것?
위 아이디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다', 다른 하나는 '장애인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로 요약됩니다. 기술의 대상으로서 혜택을 누리는 것과, 기술적 주체로서 리터러시를 습득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양쪽 지점 모두 중요하고, 혜택 수혜와 주체적 리터러시가 무 자르듯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우리 논의는 두 개의 지향점 사이를 진자처럼 오가며 진행됩니다.
< 이야기를 시작하는 질문들 >
< 기술과 권력, 기술 접근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던 전유진 대표 강의(5회차 모임) >
자비스연구실은 장애 중에서도 '지적장애'에 주목했습니다. 모임을 주도한 공모장님의 관심에서 출발한 주제이지만, 앞선 질문을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지적장애와 AI에 관련된 사례가 의외로 적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AI 리터러시에 관한 활동은 드물었는데요.
< 지적장애와 인공지능을 연계한 사업, 학술 논문 등 사례 조사 >
장애 관련 사례 중 기업 활동이나 인공지능 교육자료 등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는 이미지 자동 인식을 활용한 시각 접근성 개선이나 수어 인식/번역, 지체 장애를 보조하는 로봇 등이 있습니다. 지적장애와 더 직접 연관된 사례로는 발달장애 진단 및 돌봄을 돕는 AI 도구, 그리고 (지적장애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진행하는 장애인 대상 AI 코딩 교육 등의 사례 정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AI와 특수교육을 다루는 학술논문을 조사했을 때는 챗봇, AI 스피커 등 AI를 특수교육용 도구로 활용하는 에듀테크식 접근이 대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던 논의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리터러시가 중요하고, 관련 활동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점차 좁혀졌습니다. 그 와중에 '지금' 모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한 생각해야 했지요. 제한된 시간 안에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려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자율적으로 만난 모임에서 이야기가 너무 허공에 뜨거나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도록 줄기를 잡아주는 유익한 장치가 됐습니다.
< 많은 고민이 오갔던 모임의 시간들 >
1인 출판사 대표, IT 업계 종사자, 법학도 등이 모인 자비스연구실에서 지적장애인의 인공지능 리터러시에 관해 어떤 실천을 해볼 수 있을까요? AI 관련 입법 과정에 장애인과 AI 교육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시민사회 캠페인이나 국회의원 면담, 기업의 ESG/사회공헌 부서와 협력하여 교육 프로그램 구성해 보기 등 여러 아이디어가 오갔는데요.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가 직접 지적장애인 대상 AI 리터러시 워크숍을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일정 안에 실현 가능한 형식을 찾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했고, 실제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더 뚜렷해지리라는 기대가 있기도 했습니다.
<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다 >
워크숍은 최신 AI 기술을 인식/체험하고 내 삶과 연결해 보는 경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습니다. 실습 과정에서 어떤 도구를 활용할지 목록을 작성하여 다양한 선택지의 장단점을 함께 따져보았는데요.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챗지피티(ChatGPT)를 주로 사용하고, 좀 더 감각적인 경험을 위해 음악 생성 도구인 수노(Suno AI)를 골랐습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자비스연구실'의 연구원이 되어 로고 이미지와 테마송을 만들어본다는 컨셉으로 실습을 진행하고, 기본 개념 설명에 더해 AI의 오류 가능성 등 도구 활용 시 유의할 점을 알아본 뒤 참여자 논의를 진행한다는 구조를 짰습니다.
< AI 체험교실 포스터 >
잘 진행될까, 혹시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약간 긴장한 채로 시작한 워크숍은 다행히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여자는 청년 지적장애인으로, 작가로 활동하는 분부터 갓 성년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는 분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졌는데요. 공개모집이 아니라 초청으로 모셨기 때문에 사실 참여자가 AI에 관심을 가질지도 불확실했고 어떤 결과를 기대할지 몰랐지만, 상당히 흥미를 보여주셔서 고무적이었습니다.
< AI 체험 교실 진행 모습 >
참여자마다 기기 조작에 익숙한 정도가 달라 공모원 각각이 강사와 진행보조(퍼실) 역할을 번갈아 맡아 실습을 도왔는데요. 단지 조작 숙련도 때문만이 아니라도,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AI 도구는 불쾌하거나 민감한 내용을 출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조작할 때 보조자가 꼭 함께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또 AI의 위험을 논의한 파트는 아무래도 설명 위주로 진행하고 넘어간 편인데, 참여자의 이해를 확인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다 차분히 설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모장님은 워크숍 준비에 더해, 참여자별로 맞춤형 챗봇(학습 도우미, 글쓰기 도우미, 클래식 음악 추천 등)을 만들어 활용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두 지향점(기술의 혜택과 리터러시)의 공존을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 제 1회 AI 체험 교실을 마치고 참여자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
자비스연구실 공익활동 커뮤니티는 개인적으로 장애에 관한 이해를 조금 넓히고 다른 경험을 가진 이들과 제 관심사인 AI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 참여자와 공모원 모두 이번 워크숍 같은 활동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속되었으면 하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자비스연구실 활동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워크숍을 마지막으로 이번 모임은 마무리되었지만, 우리가 나눈 공감대와 활동은 왠지 여기서 끝이 아닐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자비스연구실이 펼쳐나갈 활동, 궁금하시죠?
📝작성 : 모임(3) 자비스 연구실 공모원 고아침